2021년, 성과관리 체계와 직무 체계를 다시 설계하기로 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당시 성과 체계가 좀 더 구체적이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처음엔 OKR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게 과연 우리 조직에 적절한 제도인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고요. 그 과정에서 성과 평가와 상시 피드백에 대한 학습이 시작됐고, 저희가 가진 전문성보다 좀 더 고도화된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컨설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때 목표를 세우고 상시로 점검하고 평가로 이어지는 프로세스 전반이 처음 설계됐습니다. 다면진단도 이때 함께 설계했고요. 직무 체계 쪽도 마찬가지였어요. 당시 제 욕심은 '모든 사람이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다소 막연한 상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무의 체계부터 다시 잡게 된 거고, 안랩의 '직무 택소노미'가 처음 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설계 단계부터 시스템 도입을 함께 고려하신 배경이 있을까요?
제도는 결국 시스템으로 구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엑셀로 아무리 관리하고 내부 교육을 하더라도, 실제로 조직이 움직이게 하려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컨설팅을 받을 때부터 시스템 구현 방향을 함께 띄워놓고 제도를 논의하기도 했어요. 여러 솔루션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표준화 정도가 강한 글로벌 제품이 우리 조직 정서와 새로운 운영 프로세스에 맞을지 의문이 있었고, 컨설팅에서 설계한 내용을 활용하여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직무 역량 체계는 다른 방식으로 구축하셨다고요.
성과관리는 설계한 그대로 탈렌엑스 시스템을 통해 구현됐습니다. 반면 직무 역량 체계는 당시 기존 ERP 기반으로 따로 구축했어요. 기능 자체는 만들어졌고 진단까지 운영할 수 있게 됐는데, HR 솔루션 기반이 아니다 보니 그 데이터를 다른 영역에 활용하는 단계에서는 제약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결국 시스템 구현 시에 관련 전문 지식과 철학이 묻어 있어야 한다는 게 그때 얻은 결론입니다.
상시 성과관리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프로세스는 컨설팅과 함께 5년 전에 설계된 그대로예요, 틀이 바뀐 건 없어요. 그 틀을 움직이는 방식을 계속 바꾸고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체크인에 집중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금의 결론은 원온원이에요. 만나야 대화가 되고, 만나는 과정에서 관찰과 피드백, 인정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1을 자주 할 수 있도록 계속 독려하고 있습니다. 다면진단은 그때 설계한 틀은 계속 유지하면서 질문 형식만 매년 구성원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데, 처음 설계 당시 들었던 다면진단의 취지 자체는 지금도 교육 과정에 그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설계 시점과 5년 후
| 2021년 설계 시점 | 2026년 현재 |
| 성과관리 프로세스 신규 설계 | 틀 변경 없이 유지, 실행 방식만 진화 |
| 체크인 중심의 상시 성과관리 운영 설계 | 체크인 유연화, 원온원 정례화 |
| 직무 택소노미 최초 완성 | 스킬 기반 전환 검토 단계로 발전 |
| 다면진단 취지 · 설계 확정 | 취지 유지, 질문은 매년 구성원 피드백 반영 |
| 제한된 데이터 활용 | 승진 · 인사위원회 참고 데이터 활용 |
5년째 탈렌엑스를 운영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명확하게 기록이 남는다는 점입니다. 조직장들이 요청에 잘 협조해 주시고, 기록하는 데 진심인 분들도 많아요. 성과관리 프로세스별로 여러 가지 기능을 제공하고, 정해진 기한 안에 평가 프로세스가 마무리되는 틀이 잡혀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다면진단, 평가, 피드백, 체크인 내용까지 필요할 때마다 다시 찾아볼 일이 많은데, 승진이나 인사위원회처럼 판단이 필요한 자리에서 그 데이터가 실제로 많이 활용돼요.
구성원들이 시스템을 잘 쓰도록 만들기 위해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요?
시스템 관점의 매뉴얼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만들었어요. 업데이트되는 매뉴얼도 계속 배포했고, 그룹웨어에 성과 관련 탭을 따로 만들어서 눈에 잘 띄도록 지속적으로 노출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의사소통을 시스템에서 하도록 기준을 정했어요. 안내도, 확인도 시스템에서 이루어지니 자연스럽게 활용이 자리를 잡은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제가 소개하는데 시스템이 버벅거리거나 사용하기 어려우면 구성원들에게 사용을 권할 때 힘들거든요. 그런 불편이 없었기 때문에 이후 상시 성과관리를 위한 시스템 사용을 강조해도 무리한 요구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기업에 조언 부탁드립니다.
벤더를 결정할 때 저는 노하우를 봅니다. 기능을 구현하는 것과, 그 기능이 왜 그렇게 설계됐는지를 함께 아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희 입장에서도 컨설팅에서 논의한 내용이 그대로 시스템으로 이어지다 보니, 컨셉과 철학에 대한 맥락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제도를 새로 도입하시는 분들께는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를 꼭 남겨두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유 없이 형식만 유지하면 언젠가 무너지지만, 이유가 남아 있으면 질문 형식이나 리뷰 주기 같은 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저희가 설계 당시 들었던 다면진단의 취지나 상시 성과관리 프로세스의 의미를 지금도 교육 과정에 그대로 쓰고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제도가 저절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저희도 매뉴얼을 만들고, 안내를 반복하고, 조직장들과 계속 이야기하면서 5년을 왔어요. 잘 설계된 철학, 그것을 실현해 주는 시스템, 그리고 꾸준히 소통하며 운영하는 노력. 이 셋이 맞물릴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