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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임금 · HR연구』 2026 하반기호
2026년 초, 반도체 초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산업계를 달구었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배경으로 기본급의 3,264%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하며 그 재원을 '전년 영업이익의 10%'로 제도화하였고(노사 합의로 초과이익분배금 상한을 폐지하고 재원을 전년 영업이익의 10%로 제도화, 서울신문 2026. 2. 4.),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역시 유사한 이익연동형 재원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의 갈등 끝에 총파업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두 갈래로 갈라졌다. 한편에서는 특정 산업과 기업에 집중된 보상의 규모와 지급 범위가 과연 적정한가를 물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만한 초과이익이라면 마땅히 회사의 주인인 주주에게 환원되어야 한다는 주주자본주의의 원칙론이 제기되었다.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려는 입법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였기에, 구성원의 몫과 주주의 몫을 둘러싼 두 요구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듯 보였다.
주목할 것은 이 충돌이 봉합된 방식이다. 2026년 5월, 삼성전자 노사는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되, 세후 지급액 전액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2026. 5. 21. 타결, 세후 지급액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되 일정 기간에 걸쳐 분할 매각하는 조건).
이 장면은 주식보상, 특히 RSU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RSU는 핵심 임원의 이탈을 막는 리텐션 수단으로, 혹은 바이오 · 테크 기업이 부족한 현금 대신 높은 보상 잠재력을 약속하는 수단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자사주 기반 주식보상은 구성원의 보상 요구와 주주의 이익 보호라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던 두 요구를 하나의 구조 안에서 절충하는 수단으로 작동하였다. 인재경쟁력을 둘러싼 질문이 '얼마를 주는가'에서 '어떤 구조로 주는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본고는 먼저 현금보상 중심의 총보상 체계가 단기 성과주의를 강화하고 인재 유지 유인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한계를 진단한다. 이어 총보상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장기 인센티브의 역할을 정의하고, 주식보상이 진화해 온 국내외 궤적과 그것이 갖는 주주 관점의 함의를 살핀 뒤, 전환 설계의 원칙을 논의한다.
전통적으로 기업은 인재의 유인과 유지를 '보상의 경쟁력', 즉 경쟁사보다 높은 보상 수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그러나 인재 경쟁이 격화될수록 모든 회사가 지속적으로 타사 대비 우위의 현금보상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상 경쟁은 필연적으로 치킨게임의 양상을 띠며, 인건비 부담은 경쟁의 승자에게도 남는다.
과거 국내 기업들은 이 비용을 '미래로 이연'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높은 고용 안정성과 연공에 따라 점증하는 보상, 즉 미래 보상의 약속으로 현재의 보상 경쟁을 대신한 것이다. 그러나 저성장과 인사 적체 속에서 미래 보상의 약속은 신뢰를 잃었다. 실제로 청년층이 첫 직장에 머무르는 기간은 평균 1년 6.8개월에 불과하며,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의 1위는 보수 등 근로여건에 대한 불만족(44.4%)이다(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2026년 5월 기준, 2026. 7.).
반면 인재를 둘러싼 경쟁의 강도는 한 차원 높아졌다. 반도체 산업은 2031년까지 5만 명 이상의 인력 부족이 전망되고, 국내 AI 인력의 16%는 이미 해외로 유출되었으며(한국은행, 2025. 12. 국내 AI 인력 약 5만 7천 명 중 16%가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분석), 신기술 분야 전반으로는 2029년까지 58만 명의 인재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대한상공회의소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25. 12.).
최근에는 해외 기업이 국내에 거점을 두고 핵심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사례까지 나타나 경쟁의 장(場)이 국경을 넘어섰다. 현금 인상 경쟁만으로 이 전쟁을 치르는 것은 가장 비싸고 가장 지속가능성이 낮은 전략이 되었다.
현금보상 중심 체계의 두 번째 한계는 성과급에서 나타난다. 경영성과를 구성원과 나누는 이익배분형 성과급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제도이지만, 규모가 커지고 반복될수록 성격이 변질된다. 구성원에게 성과급은 더 이상 '무엇을 하면 보상으로 이어지는가'라는 동기부여의 문제가 아니라, '옆 회사와 옆 사업부에 비해 우리가 얼마나 받는가'라는 비교와 공정성의 문제가 된다. 허츠버그(Herzberg)의 표현을 빌리면, 성과급이 동기요인이 아니라 위생요인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충분할 때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상대적으로 부족할 때는 즉시 불만과 이탈로 표출된다.
앞서 본 2026년의 성과급 국면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반도체에서는 사상 최대의 성과급이 지급과 동시에 이듬해의 준거점(reference level)이 되었고 급기야 이익연동 재원의 제도화 요구로 이어진 반면, 같은 시기 업황 부진에 빠진 배터리 업계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고 일부 기업은 희망퇴직을 실시하였다(뉴데일리경제, 2026. 3. 1.).
동일한 이익연동 현금 성과급이 호황 산업에서는 기대 수준의 급격한 상승과 제도화 요구로, 불황 산업에서는 박탈감과 이탈로 이어진 것이다. 이익의 변동성이 인건비의 변동성으로, 다시 조직 갈등의 변동성으로 증폭되는 구조다.
나아가 단기 재무성과에 연동된 현금 인센티브는 조직의 시선을 단기로 고정시킨다. 측정 가능한 연간 지표에 보상이 연동되면 구성원과 경영진 모두 그 지표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협업과 기술 축적, 중장기 투자처럼 수치화하기 어려운 기여는 소외된다. 단기 성과주의는 개인의 심리가 아니라 보상 구조가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산물이다.
현금보상의 세 번째 한계는 시간 축에 있다. 현금은 수령하는 순간 보상으로서의 유인 효과가 소멸한다. 아무리 큰 성과급도 지급 이후의 근속을 담보하지 못하며, 오히려 목돈의 수령이 이직이나 조기 은퇴의 밑천이 되기도 한다. 신규 상장 기업에서 스톡옵션 행사로 큰 이익을 실현한 핵심 인력들이 연이어 회사를 떠난 사례들은, 잘못 설계된 보상이 리텐션(retention)의 도구가 아니라 이탈의 방아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현금보상 중심 체계는 인재확보 경쟁에서는 지속 불가능하고, 구성원 동기부여에서는 위생요인으로 전락하기 쉬우며, 인재유지에서는 지급과 동시에 효력을 잃는다. 문제는 개별 제도의 운영이 아니라 총보상 포트폴리오의 구성 그 자체에 있다.
총보상(Total Rewards)의 관점에서 보면 각 보상 요소는 고유한 역할을 담당한다. 기본급은 시장 경쟁력을 기반으로 신뢰를 형성하는 위생요인이고, 연간 성과급은 한 해의 성과를 배분하고 공유하는 수단이며, 복리후생과 성장 · 인정 같은 비금전 보상은 소속감과 몰입을 지탱한다. 그런데 국내 다수 기업의 총보상 포트폴리오에는 한 칸이 비어 있다. 구성원과 회사가 1년보다 긴 시간 지평에서 가치를 공유하도록 묶어주는 수단, 즉 중장기 가치 정렬을 담당하는 장기 인센티브(Long-Term Incentive, LTI)가 그것이다.
앞서 본 현금보상 체계의 세 가지 한계는 모두 이 빈칸에서 비롯된다. 장기 인센티브가 없는 포트폴리오에서는 확보 경쟁이 기본급과 단기 성과급의 인상 경쟁으로만 나타나고, 성과 배분이 매년 정산되는 현금에 집중되며, 지급 이후를 묶어줄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장기 인센티브는 크게 현금형과 주식형, 그리고 그 중간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주요 유형과 특성은 다음과 같다.
| 유형 | 개요 | 특징 |
|---|---|---|
| 현금형 장기성과급 | 3년 내외 중기 경영목표 달성도에 따라 현금 지급 | 비상장사도 활용 용이하나 주가와의 연동성 없음 |
| 스톡옵션 | 정해진 행사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부여 | 상방 잠재력 최대, 주가 하락 시 가치 소멸, 신주발행 시 주주 희석 |
| RSA(Restricted Stock Award) | 부여 시점에 실물 주식을 지급하되 일정 기간 양도 제한 | 배당 · 의결권 즉시 발생, 국내 활용은 제한적 |
| RSU(Restricted Stock Unit) | 베스팅(vesting) 조건 충족 시 주식 지급을 약속 | 주가 하락에도 잔존가치 유지, 자사주 재원 시 주주 희석 없음 |
| 성과연동형 주식보상(PSU) | 경영성과 · 주주수익률에 따라 지급 수량이 변동하는 RSU | 무임승차 차단, 미국 대형사 표준, 목표 설정의 엄정성이 관건 |
| 팬텀스톡 · SAR | 주식을 지급하지 않고 주가(상승분)에 연동한 현금 지급 | 비상장사 · 지분 희석 회피 필요 기업의 대안 |
어떤 수단을 선택할 것인가는 기업의 상장 여부, 주가 전망, 지배구조, 현금흐름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본고의 문제의식에서 논의의 중심에 서는 것은 주식형 보상이다. 보상의 가치가 기업가치와 연동된 상태로 수년간 유지되므로, 중장기 가치 공유와 리텐션이라는 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뒤에서 살펴보듯,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주주 관점에서도 현금 지급과는 전혀 다른 효과를 갖는다.
국내에서 주식보상이라 하면 오랫동안 스톡옵션(stock option)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벤처 붐을 타고 확산된 스톡옵션은, 현금흐름이 취약한 신생기업이 현금 없이도 우수 인재에게 높은 보상 잠재력(upside potential)을 약속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스톡옵션은 주식을 정해진 행사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주가가 행사가격을 넘어 상승할 때에만 보상가치가 발생한다. 반면 RSU(Restricted Stock Unit)는 일정한 베스팅(vesting, 일정한 근속기간이나 성과조건 충족에 따라 주식보상의 권리가 확정되는 것) 조건의 충족을 전제로 주식 그 자체의 지급을 약속하는 제도다. 같은 공정가치로 부여했을 때 주가 상승에 따른 보상의 증가폭은 스톡옵션이 크지만,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RSU는 잔존 주가만큼의 가치가 보상으로 유효하게 남는다. 상방 잠재력은 낮으나 안정성이 높은 것이다. 두 제도의 주요 차이는 다음과 같다.
| 구분 | 스톡옵션 | RSU |
|---|---|---|
| 보상의 본질 |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 주식 그 자체의 지급 약속 |
| 가치 실현 | 주가가 행사가격을 초과할 때만 | 주가와 무관하게 잔존가치 유지 |
| 상방 잠재력 | 높음(레버리지 효과) | 상대적으로 낮음 |
| 부여 절차 |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법정 절차 | 이사회 결의 중심(계약 기반) |
| 주주 영향 | 신주발행 시 지분 · 주당가치 희석 | 자사주 재원 시 희석 없음 |
| 리스크 유인 | 과도한 위험 감수 · 게이밍 유인 내재 | 상대적으로 온건 |
주주의 관점에서 두 제도의 결정적 차이는 재원에 있다. 스톡옵션은 행사 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 가능한데, 이는 저가의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어 기존 주주의 지분율과 주당가치를 희석시킨다. 즉 신주발행형 스톡옵션의 보상가치는 상당 부분 기존 주주의 부를 희생하여 만들어진다. 반면 RSU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미리 확보하여 지급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을 취하므로, 주주 이익을 직접 침해하지 않는 대원칙 위에서 운용된다.
주식보상의 역사가 가장 긴 미국은 그 부작용까지 앞서 경험하였다. 스톡옵션 전성기에는 부여 기준일을 주가가 낮았던 시점으로 소급하는 백데이팅(backdating) 등 행사차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영진의 일탈이 반복되었고, 엔론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사베인스-옥슬리법(엔론의 대규모 회계조작 사건 이후 회계 투명성 제고와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2002년 제정된 미국 기업회계개혁법)과 도드-프랭크법(2008년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 거래 투명성과 대형은행 자본 확충을 규정한 2010년 제정 금융개혁법)이 제정되어 주주가 경영진 보상을 직접 심사하는 보상승인투표(Say on Pay)가 제도화되었다. 기업들은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보상 수단을 찾아야 했고, 그 답이 RSU였다.
이후 진화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시간 경과만으로 베스팅되는 RSU조차 '성과와 무관한 보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지급 수량을 경영성과에 연동하는 성과연동형 주식보상(PSU)이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2025년 기준 미국 시가총액 상위 250개사의 94%가 성과연동형 장기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CEO 장기 인센티브의 62%가 성과연동형으로 구성된다(F.W. Cook, 「2025 Top 250 Report」, 2025. 11. 성과연동형 62%, 시간조건부 주식 23%, 스톡옵션 · SAR 15%).
성과지표로는 유사 기업군 대비 총주주수익률 순위에 따라 지급 수량을 차등하는 상대적 총주주수익률(relative TSR)이 가장 널리 쓰인다. 이는 시장 전체의 흐름에 따른 무임승차(windfall)를 차단하고, 보상을 철저히 주주가치의 상대적 성과에 정렬시키려는 설계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의 반전이다. 성과연동형이 표준이 된 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는 그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S&P 500 기업의 성과연동형 보상이 3분의 2의 확률로 목표 수량 이상 지급되어 왔다는 분석이 발표되면서, 성과연동 설계가 사실상 상향 편향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Pay Governance 분석, 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 2026. 4.에서 재인용).
이에 2026년 의결권 자문사들은 충분히 긴 베스팅 기간을 갖춘 시간조건부 RSU를 성과연동형과 동등하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완화하였고, 일부 대형 기관투자자는 복잡한 성과연동보다 장기 보유 그 자체를 강조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 2026. 4.).
요컨대 미국의 논의는 '성과연동의 폐기'가 아니라 '성과연동의 정교화와 장기 보유의 균형'으로 요약된다. 스톡옵션에서 RSU로, RSU에서 성과연동형으로, 그리고 다시 성과연동과 장기 보유의 균형점을 찾는 4단계의 진화가 진행 중인 것이다. 이 궤적은 뒤에서 논의할 국내 기업의 설계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국내의 주식보상 지형도 최근 수년 사이 뚜렷하게 재편되었다. 벤처 생태계의 상징이던 스톡옵션 부여 규모는 2021년 약 2조 7천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조 원 아래로 감소하였다(CEO스코어, 2023. 11. 2021년 약 2조 6,800억 원에서 2023년 약 9,600억 원으로 감소).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 실물 주식형 보상이다. 상장사의 자기주식 처분 공시를 전수 분석하면 2021년 이후 처분 목적의 64%가 임직원 성과보상이었으며(리더스팩트, 상장사 자기주식 처분 공시 1,666건 전수 분석 2021. 1.~2025. 11., 2025. 11.),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대기업집단의 주식지급약정 353건 가운데 RSU가 188건으로 가장 많았다(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2025. 9.).
다만 전체 상장사 대비 도입률은 아직 한 자릿수 초반으로 추정되어, 국내 주식보상은 여전히 확산의 초입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제도 환경도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2024년 7월 시행된 개정 벤처기업법은 성과조건부 주식(RSA · RSU)을 법정 제도로 도입하면서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대주주 · 특수관계인 배제를 요건으로 규정하였고(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6조의17 이하, 2024. 7. 시행),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부터 사업보고서와 기업집단 공시에 주식지급약정의 세부 내역을 기재하도록 하여 투명성을 높였다. 나아가 2026년 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은 자기주식의 원칙적 소각을 규정하되 임직원 보상 목적은 주주총회 승인을 전제로 예외를 인정하였다(2026. 2. 국회 본회의 통과, 시행 전 취득한 자기주식도 시행 후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경과규정을 둠. 시행일과 세부 경과규정은 공포 법령 기준으로 확인이 필요하다).
일반 상장회사의 RSU는 아직 상법상 명문의 근거 없이 자기주식 처분과 보수 규제의 일반 법리에 따라 운용되고 있으나, 입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보상 목적의 자기주식 활용을 '주주가 통제하는 정당한 용도'로 제도화하는 것이다.
확산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2020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임원 RSU를 도입한 한화그룹은 2024년부터 부여 대상을 팀장급으로 확대하였는데, 현금 성과급과의 선택권을 부여받은 팀장급 1,116명 중 88%가 현금 대신 RSU를 선택하였다(각사 공시 및 보도 종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가 상승으로 초기 부여분의 평가가치가 10배 이상 상승한 사례가 확산의 기폭제가 되었다).
부여 대상은 임원을 넘어 팀장과 일반 직원으로, 대기업을 넘어 중견기업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삼성전자 역시 임원 보상을 주가 상승률에 연동하여 지급 수량이 결정되는 성과연동형 주식보상(PSU)을 도입한 데 이어(뉴스1, 2025. 10. 21. 기준 시점 대비 주가 20% 상승 시 약정 수량, 100% 상승 시 2배가 지급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앞서 본 자사주 지급형 특별경영성과급으로 그 지평을 전 구성원으로 넓혔다.
구성원 스스로 현금보다 주식을 선택하고 시가총액 1위 기업이 주식보상을 보상체계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흐름은, 주식보상이 일부 신산업 기업의 실험 단계를 지나 국내 보상체계의 주류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확산의 이면에는 뚜렷한 미성숙이 존재한다. 주식보상을 공시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성과연동 조건을 부여한 회사는 82개사 중 11개사에 불과하였다(한국ESG기준원, 주식보상 공시 상장사 93개사 분석, 2025. 4.).
국내 주식보상의 대부분은 재직 기간만을 조건으로 하는 단순 시간부 설계로, 미국이 십수 년에 걸쳐 발전시켜 온 성과연동과 장기보유의 장치들이 아직 이식되지 않은 것이다. 확산의 속도만큼 설계의 성숙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서 본고가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자사주를 재원으로 하는 주식보상이 보상 수혜자만이 아니라 주주의 관점에서도 주목할 가치를 지닌다는 점이다. 주식보상 논의는 흔히 수혜자의 상방 잠재력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대규모 보상의 국면에서 오히려 부각되는 것은 주주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구조적 특징들이다.
첫째, 희석 없는 보상이다. 신주발행형 스톡옵션이 기존 주주의 지분율과 주당가치를 희석시켜 보상 재원을 만드는 것과 달리, 자사주 지급형 보상은 이미 발행된 주식을 재원으로 하므로 지분 희석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보상 규모가 조 단위로 커질수록 이 차이는 주주에게 결정적이다.
둘째, 자사주 매입이 갖는 주주환원과의 친화성이다. 보상 목적의 자사주 매입을 그 자체로 주주환원이라 부를 수는 없겠으나, 자기주식 취득 공시가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준다는 점은 국내외 실증 연구가 일관되게 확인하는 바이며, 보유 기간 동안에는 유통주식수를 줄이는 효과도 뒤따른다(Ikenberry, Lakonishok & Vermaelen(1995) 등은 공개시장 자사주 매입 공시 후 유의한 초과수익을 보고하였다. 다만 Kahle(2002)은 임직원 옵션 부담이 큰 기업의 매입 공시에는 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반응함을 보였고, 국내에서도 자본시장연구원(2022~2024)은 취득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주주환원 효과가 온전히 발생함을 지적하고 있어 소각분과 보상분의 구분 설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소각분과 보상분을 하나의 취득 프로그램 안에서 함께 설계하면, 소각분은 환원으로 기능하고 보상분은 신주 발행 없는 보상 재원이 되어 두 목적이 서로를 훼손하지 않고 양립한다. 잉여이익을 전액 현금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양립의 여지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주주환원 프로그램과 보상 프로그램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셋째, 회사 가치의 보호 효과다. 회사에서 나가는 현금의 규모 자체는 현금 성과급이든 자사주 매입 후 지급이든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가치의 행선지가 다르다. 현금은 지급과 동시에 회사 밖으로 유출되어 소멸하는 반면, 주식은 수령한 구성원을 주주로 만들어 보상가치의 귀속을 회사의 주가와 연동된 상태로 남긴다. 수혜자가 자신의 보상가치를 지키려면 기업가치를 지켜야 하는 구조가 되어, 이해의 정렬이 지급 시점에 끝나지 않고 보유 기간 내내 작동한다. 대리인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일회성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넷째, 이익 사이클과 현금 유출 시점의 분리다. 취득 시점을 회사가 선택하고 지급을 수년에 걸쳐 분산함으로써, 이익연동 현금 성과급이 초래하는 인건비의 급격한 변동성을 평탄화하는 완충 장치가 된다. 다만 취득 시점의 주가가 고평가 국면이라면 잔존 주주로부터 수령자에게 부가 이전될 수 있으므로, 취득 시점과 규모의 판단이 설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 구분 | 현금 성과급 | 신주발행형 스톡옵션 | 자사주형 주식보상 |
|---|---|---|---|
| 보상 재원 | 회사 현금 | 신주 발행 | 기취득 자기주식 |
| 회사 현금 유출 | 있음(지급 시점) | 없음(행사 시 납입 유입) | 있음(취득 시점) |
| 발행주식수 · 지분 희석 | 없음 | 증가 · 희석 발생 | 없음 |
| 유통주식수 | 불변 | 증가 | 보유 기간 중 일시 감소, 지급 · 매도 후 원상복귀(소각분만 영구 감소) |
| 주주환원과의 관계 | 무관 | 상충(희석) | 소각분과 병행 설계 시 양립 |
| 지급 후 이해 정렬 | 지급 즉시 소멸 | 행사 후 매도 시 소멸 | 보유 · 분할매각 설계로 지속 |
앞서 소개한 삼성전자의 특별경영성과급은 이 관점에서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사업성과의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하되 세후 지급액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고, 그 3분의 1은 즉시 처분을 허용하되 나머지는 1년과 2년의 보유 기간을 두도록 한 이 설계는, 이익배분형 성과급의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지급 수단을 주식으로 전환하여 위에서 본 효과들을 함께 취하려 한 구조다. 분할 매각 조건은 시장의 물량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사실상의 베스팅기간이자 의무보유 장치로 기능한다. 노사 갈등의 산물로 등장한 제도가 결과적으로 노(勞)와 사(社), 그리고 주주의 이해가 만나는 지점에 설계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4년 11월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그중 상당 부분을 소각하였고, 2026년 들어서는 임직원 보상 목적의 매입을 별도로 공시하였다. 소각 목적 프로그램 발표 직후 거래일 주가는 약 6% 상승한 반면 2026년 3월 보상 목적 매입 공시 당일 상승률은 1%대에 그쳐, 시장이 두 목적을 구분해 반응하였음을 시사한다(각사 공시 및 보도 종합).
물론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보상으로 다시 유통시키는 것은 완전한 소각 대비 주주환원 효과가 일부 반납되는 선택이며, 대규모 보상용 취득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 종료 후의 매도 물량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자기주식 소각을 원칙화한 최근 상법 개정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정 상법이 임직원 보상 목적을 주주총회 승인의 예외로 인정한 것은, 보상 목적의 자사주 활용이 주주의 통제 아래 이루어지는 정당한 용도임을 제도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개정 상법상 예외 사유는 임직원 보상 외에 우리사주조합 지원, 정관에서 정한 경영 목적 등을 포함하며, 예외 적용에는 주주총회 승인이 요구된다).
소각으로 얻을 환원 효과의 일부를 반납하는 대신 핵심인재의 유지와 이해 정렬이라는 인적자본투자를 얻는 교환을, 주주총회라는 절차를 통해 주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 구조인 것이다. 소각분과 보상분을 어떻게 배분하고 보유 기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그 교환의 조건을 결정한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국내 기업이 장기 주식보상으로의 전환을 설계할 때 견지해야 할 원칙을 네 가지로 제시한다.
주식보상의 보상요인은 주가 그 자체가 아니라 부여 시점과 지급 시점 사이의 주가 변동이다. 따라서 수혜자에게는 지급 시점의 주가를 높이는 것 못지않게 부여 시점의 주가를 낮추려는 유인이 존재하며, 부여 가치를 고정하고 주식 수를 산정하는 방식에서는 이 유인이 더욱 커진다. 지급 수량을 직전 성과에 연동시키는 성과연동형 설계는 이러한 게이밍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시장 전체의 상승에 따른 무임승차를 걸러낸다. 다만 미국의 경험이 보여주듯 목표 설정이 관대하면 성과연동은 형식화된다. 지표는 단순하게, 목표는 엄정하게 설정하는 것이 성과연동 설계의 요체다.
리텐션 효과가 베스팅 시점에 소멸하지 않도록, 부여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중첩(overlapping)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매년 새로운 3~4년 만기의 보상이 부여되면 구성원에게는 언제나 아직 베스팅되지 않은 잔고가 남아 이탈의 기회비용이 유지된다. 여기에 더해 베스팅된 주식의 일정 부분을 계속 보유하도록 하는 주식의무보유 제도는 미국 상장사의 88%가 운영할 만큼 표준화된 장치로(NASPP · Deloitte, 「Equity Administration Survey」, 2025. 84%는 CEO에게 기본급 5배 이상의 보유를 요구한다), 행사 후 즉시 매도와 이탈을 방지하고 회사가치와 구성원 자산의 동반성장을 담보한다. 삼성전자의 분할 매각 조건처럼 지급 단계에 보유 유인을 내장하는 방식도 같은 취지의 설계다.
주식보상은 구성원에게 익숙하지 않은 제도인 만큼, 산정 방식과 베스팅 조건, 세무 처리에 이르는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제도의 성패를 가른다. 자신이 무엇을 하면 보상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가시선(line of sight)이 확보되지 않으면, 주식보상 역시 또 하나의 불투명한 복권으로 인식되어 위생요인화의 경로를 밟게 된다. 아울러 부여 대상과 물량의 배분 기준이 납득 가능해야 하며, 특히 대주주나 특정 계층에 편중된 부여는 제도 전체의 정당성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공시와 거버넌스 절차를 선제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
모든 기업이 상장주식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상장기업은 개정 벤처기업법의 성과조건부 주식을 활용하거나, 주식 가치에 연동한 현금을 지급하는 팬텀스톡 · 주가차액보상권(SAR)으로 동일한 유인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그룹 계열사는 계열사 간 보상 형평성과 조화가 관건이며, 핵심 직무 중심의 선별 부여가 현실적 절충이 된다. 중요한 것은 수단의 형식이 아니라, 구성원의 보상가치를 기업가치와 중장기적으로 연동시킨다는 설계 목적의 일관성이다.
장기 주식보상으로의 전환은 보상 수단 하나를 교체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단기 재무성과와 현금에 고정되어 있던 총보상의 무게중심을 중장기 가치의 공유로 옮기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현금 성과급은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해도 지급되는 순간 그 해의 성과와 함께 정산되고, 구성원의 시선을 다음 정산 시점으로 되돌린다. 반면 주식보상은 보상의 가치를 부여 이후 수년간 기업가치에 묶어두어, 구성원이 이번 분기의 지표가 아니라 몇 년 뒤의 회사를 보게 만든다. 단기 성과주의의 극복은 보상의 시간 지평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이 전환의 또 다른 가치는 보상과 주주가치가 동기화되는 데 있다. 주식보상, 특히 자사주를 재원으로 하는 주식보상은 구성원의 보상가치와 주주의 부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희석 없는 재원, 주주환원 프로그램과 양립하는 설계, 그리고 지급 이후에도 지속되는 이해 정렬을 통해, 구성원이 더 많이 받는 것과 주주가 더 많이 얻는 것이 하나의 사건이 된다. 반도체 성과급 논란에서 드러난 구성원의 몫과 주주의 몫 사이의 긴장은, 보상의 형태를 바꿈으로써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총보상 재설계에서 장기 주식보상이 차지하는 자리는 바로 이 동기화의 축이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후발주자의 이점이 있다. 신주발행형 옵션의 희석과 게이밍, 형식화된 성과연동의 한계까지, 미국이 30년에 걸쳐 치른 시행착오가 이미 관찰 가능한 데이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과연동의 정교화와 장기 보유의 문화를 처음부터 함께 이식한다면, 한국의 주식보상은 확산의 초입에서 곧바로 성숙 단계의 설계로 진입할 수 있다. 격화되는 인재의 전쟁과 커지는 이익의 변동성, 그 두 파고를 동시에 견디면서 보상과 기업가치를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구조를 지금 준비하는 것이 이 글이 제안하는 전환의 요지다.